스마트워치의 최대 난제 ‘배터리’… 시계 역사에 답 있다

현실 속 대상을 모방하는 디자인 철학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 텍스트에서 그래픽으로 진화한 GUI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스큐어모피즘처럼 새로운 카테고리의 ‘스마트워치’의 시작도 모방이었다. 기계적 매커니즘에 기인한 원형 디자인, 시침과 분침, 심지어 용두까지 지금의 스마트워치는 아날로그 시계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워치의 최대 난제인 ‘배터리’도 아날로그 시계의 역사에 답을 찾을 수있지 않을까. 그 실마리의 일부는 현실성 없는, 무모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도 가지 않은, 그러한 시도들이 있기에 세상에 ‘혁신’이 존재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지금부터 그 혁신의 실마리를 찾아 130년 아날로그 시계 역사 속으로 떠나보자.

 

● 빛에서 에너지를 얻다
칠흙처럼 검은 사각형의 셀. 기억하는가? 친환경의 미래 에너지 기술로 주목받던 바로 태양광 전지판이다. 어릴적 호기심을 자극하던 이 태양광 전지판은 한때 전자계산기 등의 전자기기에 널리 쓰였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위에서 시나브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적어도 아날로그 시계 산업에 있어서 만큼은 과거가 아닌, 사라진 기술이 아닌 보편적인 최신의 기술이다.

 

1960년대. 시계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기술이 등장한다. 바로 ‘쿼츠 무브먼트’다. 스스로 움직인다는 의미의 오토매틱(Automatic) 시계는 수작업으로 제작, 고가일뿐 아니라 태엽이 동력이었다면, 쿼츠 무브먼트는 전지와 전자식 모듈로 동작한다. 쿼츠 무브먼트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정확하고, 구조가 단순하며, 저렴한 시계의 대량생산의 전기가 마련된다.

① 세이코 에코 드라이브 ② 태양광 전지판 적용된 첫 스마트워치 ‘네보 솔라’ ③ 1976년 출시된 시티즌의 태양광 시계

세이코 에코 드라이브
태양광 전지판 적용된 첫 스마트워치 ‘네보 솔라’
1976년 출시된 시티즌의 태양광 시계

 

문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전지였다. 시티즌은 그 문제의 답을 빛에서 찾았다. 1976년 그 아이디어를 토대로 쿼츠 시계에 태양광 전지판을 접목한 최초의 시계를 내놓는다. 태양광 전지판으로 2차 전지를 충전하는 식이다. 시작은 시티즌이었지만 이후 카시오, 세이코 등도 자사의 쿼츠 시계에 태양광 전지판을 도입한다. 어릴적 기억하는 전자계산기처럼, 초기에는 전지판이 그대로 노출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빛을 투과하는 신소재의 문자판 뒤에 전지판을 감추는 형태로 기술이 널리 쓰이고 있다. 최근 투명 전지판이 개발되는 등 신소재와 기술 발전으로 충전 효율도 개선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의 한 시계 제조사가 니보(nevo)라는 태양열 스마트워치를 론칭할 것임을 밝혔다. 소개한 세 가지 기술 중 스마트워치에 도입이 가장 유력한 기술이 태양광 전지판이다. 참고로 애플워치 38mm 모델의 배터리 용량은 205mAh. 샤오미 미밴드의 경우 41mAh, 손목시계의 전지 용량은 28mAh다.

 

● 손목의 움직임을 전기로
쿼츠 무브먼트 이전 시대의 주역은 오토매틱이었다. 이 무브먼트는 시계를 착용하고 움직이면 로터라는 회전추가 태엽을 자동으로 감는다. 전자기술로 쿼츠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두되던 1980년대. 전지의 지속 방안으로 세이코는 오토매틱 무브먼트에 착안한 AGS(Automatic Generating System)를 내놓는다. 기계적 움직임으로부터 전기를 생산해 자가발전으로도 불리는 AGS는 손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로터가 회전하고 전기를 생산한다. AGS라는 명칭은 이후 ‘키네틱(kinetic)’으로 바뀌는데, 4년간 정지된 상태에서 2~3초만 시계를 흔들어도 현재 시간을 자동으로 맞춘다.

 

일상의 행동에서 전기를 얻는 자가 발전 기술 ‘키네틱’이 시계에만 적용된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에도 적용됐다면 믿겨지는가? 2009년 스위스의 시계 명가 ‘율리세나르딘(Ulysse Nardin)’은 영국의 한 스마트폰 제조사와 함께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도입한 럭셔리폰 ‘체어맨(Chairman)’을 공개한다. 스위스의 시계 기술과 영국 스마트폰 기술의 만남으로 탄생한 체어맨은 2.8인치 멀티 터치스크린, 지문인식 기술, 500만 화소 카메라, 그리고 자가 발전 시스템 ‘키네틱 로터’를 탑재했다. 키네틱 로터도 세이코의 키네틱처럼 로터의 회전에 의해 태엽이 감기고 그로부터 얻은 운동 에너지에서 전기를 2차 전지에 충전한다. 정교하고 복잡한 매커니즘에 의해 동작하는 모습을 폰의 뒷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쉽게도 키네틱 로터의 충전 효율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유의미한 효율은 아니더라도 센서단의 역할을 하는 웨어러블 기기라면 키네틱 로터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라면 더 없이 멋진 조합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귀찮게 충전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운동을 시작하면 배터리가 충전되고 동작할 테니 말이다.

①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세이코의 AGS는 1986년 프로토타입이 완성되고, 1988년 첫 제품이 시판됐다. ② 키네틱 로터 채택한 첫 스마트폰 ‘율리세나르딘 체어맨’ ③ 온도차로 발전하는 최초의 시계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세이코의 AGS는 1986년 프로토타입이 완성되고, 1988년 첫 제품이 시판됐다.
키네틱 로터 채택한 첫 스마트폰 ‘율리세나르딘 체어맨’
온도차로 발전하는 최초의 시계

● 체온으로 충전하다
지금은 사라진 기술도 있다. 1998년 발표된 시티즌의 에코 드라이브 써모(Eco Drive Thermo)가 그러하다. 에코 드라이브 써모는 체온과 공기의 온도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온도차에 의해 기전력이 발생하는 제백 효과(Seebeek Effect)를 이용한 기술이다. 이를 위해 에코 드라이브 써모 내에는 서로 다른 금속을 접합시킨 소자가 쓰였다고 한다. 당시 시티즌은 더 이상 전지 교체가 필요없다고 선언했지만, 완전 충전까지 50일 가량이 소요됐을 뿐 아니라 기온에 따라 충전 효율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로 제품 개발이 중단되고 만다.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가 논의되는 지금이라면 이러한 시도들이 다시금 부활할 수도 있지 않을까?

suhyeoni

suhyeon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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