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7의 성공 비결은 ‘단순함의 힘’

단순함이 ‘힘’이다. 이 시대에 성공한 제품과 서비스의 한 가지 공통점은 ‘단순하다’는 것이다. 단순함이란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핵심에만 집중한, 필요한 것만을 오롯이 남겨놓은 것이다. 기능을 추가할수록, 그로인해 복잡해질수록 가치 있는 기능이 있을 가능성은 적어진다. 오히려 지속 가능성이 떨어져 유지보수는 어려워진다. 게다가 소비자로서는 원하는 기능을 찾기 어렵다. 쓰지 않는 기능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소비자는 어디에도 없다. <단순한 디자인이 성공한다>의 저자 ‘자일스 콜본’의 말이다. 그가 말하는 단순함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기업 중 하나가 애플이다. ‘심플스틱(Simple Stick)’이라는 스티브 잡스의 경영원칙은 애플의 제품과 서비스 곳곳에 녹아있으며, 지금의 애플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초기 모바일 기기의 잠금해제는 옆으로 미는 슬라이드가 주를 이뤘다. 그러다가 보안을 가미한 암호와 패턴 입력이 등장한다. 슬라이드를 옆으로 밀면 되던 것이 보안 강화를 위해 더 복잡해지고 만다. 이 복잡성은 지문인식으로 해소된다. 잠금해제와 보안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하면서도 사용법은 더 단순하다. 홈 버튼을 누르는 동작만으로 잠금이 해제된다. 애플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iOS 10에서는 유명무실해진 슬라이브 바를 없앤다. 그리고는 잠금해제 방식을 ‘눌러서 잠금해제’ 하나로 단순화한다. 습관적으로 굳어진 방식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 방식이 더 복잡하고, 불필요한 단계를 거치더라도 말이다. 습관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유물로 인한 습관조차도 애플은 바꾸길 바란다. 더 단순한 방식으로. 이처럼 애플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 ‘단순화’시키며 최적화하고 있다. 혁신이 없다고 지적하지만 애플은 또 다른 의미의 ‘혁신’을 지속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160918_iphone7_simple_6

 

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에서 암호, 패턴, 지문인식 여기에 홍채인식을 더한다. 그리고 홍채인식은 국내 언론으로부터 ‘혁신’의 상징으로 칭송받는다. 그런데 그 필요성부터가 의문이다. 지문인식이 떠오르는 모바일 결제 시장의 인증 기술로 부족한가? 지문인식보다 홍채인식이 더 정확하고 편리한가? 두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이는 없을 것이다. 홍채인식은 지문인식보다 더 많은 사용 단계를 거칠 뿐 아니라 행동에도 제약이 따른다. 침대에 옆으로 누워 스마트폰을 키는 게 편하겠는가. 안경이나 서클렌즈, 주변 광원에 따라서도 인식률이 영향을 받는다. 갤럭시S4에서 사용자 눈에 따라 모바일 페이지가 움직이는 기술처럼 홍채인식도 기술 과시에 지나지 않는, 정작 필수 기능은 아닌 ‘기믹(Gimmick,  관심을 끌기 위한 술책이란 의미)’일지도 모른다.

 

기능이 많을수록 할 수 있는 게 많으니 더 좋은 제품이라고 흔히 여긴다. 그러나 기능이 많다는 것은 핵심에 집중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지나치게 많은 옵션을 제공하는 것은 대다수를 차지하는 주류 소비자에게 오히려 ‘부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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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G5는 모듈 설계를 채택, 업그레이드 가능한 기능으로 주목받았다. 모듈 중 하나인 ‘하이파이 플러스’는 음질로 호평을 받는다. 그러나 제품은 시장에서 참패한다. 그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소수의 전문가 집단만이 원하는 모듈형 설계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스마트폰을 전화통화, 메신저, 사진·영상 촬영, SNS 정도로 쓰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음악애호가와 달리 음질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기술 자체를 활용하기보다는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기술을 이용한다. 혁신적 모듈 디자인조차 그들에게는 관심밖의 그저 ‘불필요한 기능’일 수 있다.

 

애플의 첫 MP3 플레이어 ‘아이팟’은 출시 당시 소위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라디오 기능조차 없다”, “고작 MP3 플레이어에 불과한데 과대포장했다” 등의 반응이었다. 알다시피 아이팟은 2억4000만 대가 팔리며 크게 성공한다. 주류 소비자는 그저 제대로 작동하는 MP3 플레이어를 원했던 것이다. 소위 전문가 집단에 속하는 그들이 말하는 기능은 대다수 소비자에게는 불필요한 기능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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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7에 이어 등장한 아이폰7에 대해 국내 언론은 한결같이 ‘혁신’이 없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아이폰7은 전 세계적으로 예약판매 기록을 경신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갤럭시 노트7의 리콜 등이 호재도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혁신’이 없다던, 완성도를 높인 데 불과하다는 그 아이폰7에 소비자가 왜 열광하는가다.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공유되는 인기 영상의 평균 길이는 22초며, 그 대부분은 소리 없이 볼 수 있는 영상이다. 아이폰7과 함께 제공되는 라이트닝 젠더로 기존 3.5파이 이어폰을 그대로 쓸 수 있다. 블루투스 음향기기는 수년전과 비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 이어폰 포트는 어쩌면 단순함의 원칙에서 말하는 불필요한 기능은 아닌 것일까.

 

스마트폰 본연의 기능을 생각해보자. 보조 배터리가 필수로 여겨질 만큼 스마트폰은 아직 충분한 사용시간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는 약간의 끊김조차 없는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을 원한다. 스마트폰이 하이엔드 카메라 시장을 위협할 만큼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애플은 ‘불필요한 기능’일지 모르는 ‘이어폰 포트’를 버림으로써 주류 소비자가 원하는 핵심 기능인 카메라, 성능, 배터리에 완벽을 기했다. 디자인도 한층 다듬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아이폰7의 흥행 이유다.

suhyeoni

suhyeoni@gmail.com

4 Comments
  • 이흥열

    강력 동감한다. 아이폰 시리즈 출시때마다 나온 혹평, 삼성폰나올때 마다 여기저기서 떠들어대는 찬사.
    결과는 정반대..너무나 익숙하다. 과감한 생략과 단순화. 그것이 애플의 힘.
    나같은 경우 치렁치렁한 이어폰 전선때문에 언제부턴가 음악을 듣지 않게 되었는데, 저렴한 블루투스 이어폰 사다가 음악 들어야겠다 ㅠ.ㅠ

    19. Sep 2016 at 6:07 오후 응답
    • suhyeoni

      블로그 운영 4개월 만에 첫 댓글이네요! 웹서버를 일반 NAS로 집에서 운영해서 사이트가 느린데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5년 전 쯤 블루투스 1.1 기반의 무선 이어폰을 썼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카세트 테이프 정도의 음질이었습니다. 요즘은 데이터대역폭이 꽤나 늘어나서 유선과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음질이 좋아졌습니다. 사용시간도 길어졌고요!

      19. Sep 2016 at 6:44 오후 응답
  • 메이비

    매스미디어의 복붙기사에 지쳐가다가 좋은글 보게되어 반갑습니다.
    좋은 글이 쌓여가길 바래요.

    19. Sep 2016 at 8:59 오후 응답
    • suhyeoni

      최근 랜섬웨어 등 댓글로 악성코드 배포가 많아 댓글이 승인 후 보이게 돼 있습니다. 댓글 다신 것을 늦게 확인해 죄송합니다.
      (스팸 폴더로 가 있었네요 ㅠ_ㅠ) 응원 정말 감사합니다!! 힘이 나네요!!

      24. Sep 2016 at 12:39 오전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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