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TV, 구매 전 이것만은 따져보자

 

제품 하나를 사려고 할 때면 적어도 한 달 이상은 따져보는 편이다. 그런 내가 최근 TV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품을 정하지 못했다. ‘결정장애’라고 할 만한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몇 년 사이에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관심에서 멀어진 그 사이에 시장의 트렌드도, 기술도 다 바뀌었다. 게다가 처음 듣는 용어들도 선택을 어렵게 만들었다. 제품에 대한 주요 스펙을 감추기에만 급급한 중소 제조사의 행태도 문제였다. 품질과 직결되는 요소라면 명확히 밝혀야 함에도 말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은 이가 비단 나뿐일까. 그래서 이 글을 준비했다.

 

대중화의 길에 접어든 UHD TV
불과 몇 년 전만해도 4K가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품은 이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지금은 4K의 필요성에 이의를 제기할 이가 있을까? 30~40인치대에서 50~70인치로까지 시장의 주류 TV 패널 크기가 커짐에 따라 기존 풀HD로는 화질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어려워졌다. 화면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이 풀HD보다 4배나 더 많아 대화면 패널에서 한 차원 뛰어난 화질을 보여주는 UHD가 이제는 당연시 되고 있다. UHD TV가 주목받는 데에는 최근 TV 원가의 80%를 차지하는 패널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며 UHD TV의 가격이 30만 원대로까지 하락한 덕분이다. UHD TV의 가격 거품이 걷어지면서 모니터 대신 UHD TV를 고민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TV와 모니터는 태생부터가 다르다. TV를 모니터로 쓰기 위해서는 따져봐야 할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UHD TV를 모니터로도 활용하고자 한다면 RGB 패널인지 확인하라
최근 논란이 된 것은 LG디스플레이의 신형 UHD IPS 패널에 적용된 RGBW라는 서브 픽셀이다. 과거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에 들어간 펜타일 방식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와 같은 논란이 TV에서 재현된 것이다. LG디스플레이에서는 이를 M+ 기술이라고 부른다. 이미지를 확대하면 매끄러운 테두리도 계단처럼 네모난 박스가 보인다. 이것이 바로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에는 수많은 픽셀로 구성돼 있다. 흔히 풀HD라고 부르는 1080p는 1920×1080 해상도를 말한다. 패널의 세로로 1920개, 가로로 1080개의 픽셀이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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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픽셀은 적색(RED), 녹색(GREEN), 청색(BLUE)의 서브 픽셀로 구성돼 있다. 이를 RGB 서브 픽셀이라고 부른다. 픽셀은 이 세 소자를 제어해 색을 표현한다. 흔히 삼원색이라고 하던 개념인데, 보라색이라면 적색과 청색을, 흰색은 적색과 녹색, 청색을 조합해 표현하게 된다.

 

그런데 LG디스플레이의 신형 패널은 RGB에 W라는 백색 소자가 하나 더 있다. W 소자는 그저 백라이트의 빛을 투과하는 역할을 한다. 백라이트 빛을 그대로 투과시키기에 더 적은 백라이트 유닛 수로 동일한 밝기를 구현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 측의 설명에 따르면 M+ 기술은 보급형 UHD TV를 위해 고안됐다. 이 기술을 통해 소비전력은 38%를 낮추면서 휘도를 50% 높나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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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에 있어 에어콘 다음으로 전기 먹는 하마 중 하나가 TV다. LG디스플레이는 M+ 기술로 휘도(밝기)와 소비전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그러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RGBW 서브 픽셀은 RGB 삼원색이 하나의 픽셀을 이루는 RGB 서브 픽셀과 달리, RGBW는 RGB-WRG-BWR-GBW 순으로 픽셀이 구성된다. 픽셀 중 일부는 RGB 중 하나의 색이 누락되게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독자적인 알고리즘을 통해 서브픽셀을 합쳐 색을 표현한다.

 

세로로 그어진 직선을 생각해 보자. RGB 서브 픽셀이라면 R, G, B의 색 조합을 통해 흰색 점(픽셀)을 그릴 수 있다. 완벽한 흰색의 직선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RGBW는 RGB 중 하나가 누락된 픽셀 때문에 독자 알고리즘에 따라 서브픽셀을 WRGBW, GBWRGW와 같이 구성해 흰색을 표현한다. 적정 거리서 본다면 직선이겠지만, 확대해 보면 지그재그로 엇갈린 선의 형태를 띄게 된다.

 

퀄리티닷티비(Quality.TV)의 RGB, RGBW, OLED 패널 특성 비교 영상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선명도 저하를 가져왔다. 캘리브레이션포럼의 아래 이미지에서 드러나듯 RGBW는 글씨처럼 디테일이 요구되는 표현에서 취약점을 드러낸다. 모노(검은색과 흰색)보다는 원색의 배경에 흰색 글씨가 있는 이미지에서 가독성 저하가 두드러진다. TV라는 본연의 영상 시청이 목적이라면 이러한 특성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TV보다 더 가까이서 텍스트를 주로 보게 되는 모니터의 용도라면 문제일 것이다. UHD TV를 모니터로 쓸 생각이라면 가급적 RGBW TV는 피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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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캘리브레이션포럼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는 최근 RGBW 논란에 대해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앞으로 해상도와 함께 선명도를 표시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RGB 서브픽셀의 선명도는 평균 95%다. 반면 RGBW의 경우 65% 수준이라고 한다.

 

TV를 모니터로 쓰기 위해 따져봐야 할 또 하나 ‘크로마 샘플링 4:4:4’
RGB 서브 픽셀인지 만큼 따져봐야 할 것이 크로마 서브샘플링(chroma sampling) 4:4:4와 60Hz를 지원하는가다. 가장 일반적인 색공간은 RGB이나 비디오에서는 YUV, YCbCr/YPbPr가 주로 쓰이고 있다. YCbCr의 경우 시각적으로 민감한 밝기(Y)와 덜 민감한 색상값(Cb, Cr)을 분리해 신호를 처리한다. 밝기값만 이용하면 흑백 영상을 손쉽게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 구분할 수 없는 수준으로 색의 밀도를 낮춰 영상 용량을 줄일 수 있는 이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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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마이크로보드 홈페이지

 

크로마는 채도를, 샘플링은 표본 추출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듯 크로마 서브샘플링은 바로 이 색상값의 밀도를 밝기값보다 낮게 낮추는 것을 뜻한다. 즉 색상 정보의 손실이 없는 것이 크로마 샘플링 4:4:4다. 밝기(Y)와 색상(Cr, Cb)의 비율이 모두 같은 4:4:4인 것이다. 그런데 만약 크로마 서브샘플링 4:2:2 또는 4:2:0를 지원한다면 색상 정보 밝기 대비 절반, 또는 그 이하로 낮아지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영상에 있어서 만큼은 이 정도의 색상 정보 손실은 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RGBW처럼 글씨 표현이다. 크로마 서브샘플링 4:2:2인 경우 글씨 주변이 뭉개지는 현상이 나타나 가독성 저하가 뚜렷히 나타난다. 그러므로 UHD TV를 모니터로도 쓰겠다면 RGBW 패널인지와 함께 크로마 서브샘플링 4:4:4를 지원하는지 확인하자.

 

화면 주사율이 60Hz를 지원하는지 확인하라
화면 주사율은 다른 말로 화면 재생빈도라고 한다. 화면 주사율은 1초에 몇 번 화면을 새로 그리는가다. 이를 ‘깜박임의 빈도’라고도 말한다. FPS(Frame Per Second)와 혼동하기 쉬운데, FPS는 1초에 출력한 프레임의 장수를 의미한다. 예컨대 3D 게임에서 PC의 성능에 따라, 처리해야 할 장면에 따라 FPS는 오르락 내리락한다. 하지만 화면 재생빈도는 고정돼 있다. 24FPS든, 120FPS든 화면 재생빈도는 60Hz로 설정했다면 1초에 60번 화면을 그릴 뿐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그래픽카드는 1초에 120장의 화면을 전달했지만 실제 화면에는 60장만 그려질 수 있다. 만약 화면 주사율이 30Hz라면 영상이 끊기는 듯한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니터라면 60Hz를 기본으로 지원한다. 그러나 더 많은 픽셀 처리가 필요한 UHD TV는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UHD TV가 풀HD 해상도라면 60Hz를 지원한다. 그러나 4K 해상도에서는 30Hz만 지원할 수도 있다. 특히 크로마 서브샘프링 4:2:2의 경우 60Hz를, 4:4:4에서는 30Hz만 지원하기도 해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60Hz를 위한 필수 항목 ‘HDMI 2.0’ 그리고 HDCP 2.2
HDMI 2.0부터는 최대 대역폭이 18Gbps로 늘어나 4K 해상도를 최대 60Hz 재생빈도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주의할 점은 HDMI 2.0을 지원한다고 해서 반드시 4K/60Hz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구입 전 제조사로부터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HDMI 2.0과 함께 따져봐야 할 또 하나는 HDCP 2.2 지원 여부다. HDCP는 소스 기기(재생)부터 디스플레이에 이르는 모든 경로를 암호화하는 저작권 보호 기술이다. 그러므로 HDCP 2.2를 지원하지 않는 디스플레이나 플레이어를 사용할 경우 영상의 화질이 강제로 낮아지거나 어떠한 화면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HDCP는 블루레이, 넷플릭스 4K 등의 서비스에 적용돼 있어 UHD TV를 구입한다면 꼭 지원 여부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UHD TV로 PC 게임을 즐길 생각이라면 ‘인풋랙’을 확인하라
인풋랙(lnput lag)을 직역하면 입력까지의 지연시간이다. PC의 그래픽카드에서 출력된 영상이 디스플레이에 표시되기까지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인풋랙은 영상 감상이나 웹서핑과 같은 일반적인 용도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게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FPS 게임은 순간의 판단이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인풋랙에 따라서는 최악의 경우 PC 내부에서는 실제로는 적이 눈앞에 나타난 상태지만, 디스플레이에서는 적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인풋랙은 모니터와 TV 모두에 존재한다. 문제는 제품 제원에 표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콘솔이나 PC 게임을 TV로 즐길 예정이라면 실 사용자의 평가나 전문 리뷰를 꼼꼼히 확인하는 게 좋다.

 

셋톱박스나 PC와 전원이 동기화되는 편의기능인 ‘HDMI CEC’도 중요
TV와 함께 IPTV나 스마트 셋톱박스를 쓰는 이가 적지 않다. 이 경우 각 기기마다의 리모콘을 여러 개 써야 할 때도 있다. 하나의 리모콘으로 여러 기기를 조작할 수 있더라도 TV와 셋톱박스 전원을 각각 켜야 할 수도 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게 HDMI CEC다. HDMI CEC는 HDMI로 연결된 기기간 전원 온/오프를 연동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PC나 콘솔 게임 기기를 켜면 자동으로 디스플레이가 켜지게 된다. 편의 기능이라고는 하나 지원하지 않으면 꽤나 불편하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사후지원’
UHD TV 구입을 가장 망설이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사후지원’이다. 최근 중소 업체의 UHD TV 가격이 30만 원대로 하락하며 대중화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제품 품질이나 사후지원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제품만 팔고 사후지원을 외면하거나, 폐업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므로 믿을만한 제조사인지, 사후지원은 어떤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suhyeoni

suhyeon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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