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6년형 맥북 프로와의 한 시간… “탐났다”

 

4년만의 변화였다. 그 만큼 확 바뀌었다. 세간의 관심이 쏠린 탓인지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16년형 ‘맥북 프로’ 얘기다. 두 달만의 한국 출시, 그 맥북 프로가 내 손에 있었다. 내 것이 아닌 지인의 것이지만. 니가 맥북 프로구나. 첫 느낌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러나 하나하나 뜯어볼수록, 만질수록 탐이 났다. 지문인식 터치ID와 변혁을 알린 터치바를 제외한 모든 것이 12인치 맥북을 닮았다. 13인치로 커진 12인치 맥북. 그게 2016년형 맥북 프로였다.

 

더 작아지고 가벼워졌다.

라운드 처리된 알루미늄 상판 중앙의 애플 로고는 여전했다. 단지 세대를 거듭하며 다듬어졌을 뿐이었다. 그러한 소소한 변화가 차이를 만들어냈다. 더 세련되고, 더 고급스러웠다. 그리고 더 작고 더 가벼웠다. 팜레스트 상단의 에어홀, 더 얇아진 베젤, 더 얇아진 상단 디스플레이 파트, 그리고 더 커지고 키캡과 트랙패드, 무엇보다 컬러가 그러한 고급스러운 느낌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맥북 프로는 전 세대 맥북 프로 대비 17% 얇아지고, 23% 작아졌다. 그 차이는 확연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0.88mm 디스플레이 두께를 실현시킨 메탈 인젝션 몰딩 기법의 신형 힌지, 더 낮아진 깊이에도 안정적이고 정확한 키 인식을 실현한 나비식 매커니즘의 키보드, 그리고 더 얇아진 디스플레이 베젤(패널 외각의 테두리) 등이 그러했다. 이들은 모두 12인치 맥북에 채택된 것들이다. 새 맥북 프로를 12인치 맥북의 연장선상에 놓인, 더 커진 12인치 맥북이라고 평가를 내린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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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밝고 더 넓어진 색표현력

두 세대 이전의 맥북 프로를 써왔던 탓인지 쓰는 내내 눈길을 끈 것은 디스플레이였다. 맥OS의 데스크톱 배경인 ‘시에라(Sierra)’가 확연히 다르게 보였다. 어둠에 가려진 산맥의 암부는 작은 디테일까지 더 선명했고, 노을이 드리운 산맥과 하늘은 더 붉었다. 전 세대의 맥북 프로가 ‘시체색감’으로까지 느껴졌다. 500니트로 밝아진 백라이트, 67% 증가된 명암비, RGB 대비 25% 넓어진 DCI-P3 색영역 지원은 허언이 아니었다.

 

DCI-P3 지원 의미는 예사롭지 않다. 스케치와 디자인 도구인 아이패드의 애플 펜슬, 그래픽 편집에 최적인 새 인터페이스인 맥북 프로의 터치바, 여기에 모든 기기로 확대된 디지털 시네마 색공간인 DCI-P3까지. 이로써 디지털 콘텐츠 생산 도구 전 영역에서 동일한 컬러를, 최적의 도구를 갖췄다. 한때 출판업계에 사실상의 표준으로 군림했듯 이제 디지털 그래픽 콘텐츠의 저작, 편집 전 영역을 아우르는 큰 그림을 완성했다. 과거의 명성을 다시 되찾으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두 배 가량 커진 트랙패드

3년여 간 맥을 쓰며 가장 만족했던 것은 트랙패드였다. 아직까지 애플의 트랙패드를 뛰어넘는, 혹은 버금가는 터치패드를 보지 못했다. 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가 트랙패드에 있어서 만큼은 과언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 여전히 만족스러운 터치감을 보인 그 트랙패드가 두 배 가량 커졌다. 그런데 납득이 되지 않았다. 2배 가까이 커졌어야 할 납득할 이유를 찾지 못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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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얇게를 가능케 한 2세대 나비식 매커니즘 키보드

맥북 프로의 키보드는 어디선가 본 듯 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12인치 맥북의 키보드였다. 더 얇은 본체 두께를 위해 고안된 나비식 매커니즘이 채택된 이 키보드는 전 세대 대비 17% 더 넓어졌고, 40%나 얇아졌다. 대신 키 스트로크(stroke, 키를 눌렀을 때의 깊이)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지 키 스트로크가 미세하게 더 깊어졌다. 더 넓어진 키의 어디를 누르든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었다. 키의 반발력이 낮아 적은 힘으로 입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보다 더 깊은 전 세대의 키 스트로크에 익숙해진 탓이었다. 어색함을 뒤로한 채 타이핑을 계속한 뒤에야 적응되기 시작했다. 키 스트로크는 손의 피로와 직결되는 요소 중 하나다. 새 키보드가 손에 무리가 적을지, 혹은 피로를 유발할지를 이정도의 타이핑으로는 판단할 수 없었다. 직접 써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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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바는 의외로 쓸만할지도

그저 루머로 치부했었다. 그럴리 없다고 생각했다. 손끝에 닿는 미래라는 ‘터치바’에 대한 내 나름의 생각이 그랬다. 그 터치바가 눈앞에 있었다. 알려진 대로 F1~F12, ESC 물리 키는 더 이상 없었다. 그 자리를 멀티터치 OLED 디스플레이인 터치바가 대신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터치바로 손이 갔었다. 사라진 물리 키에 대한 반감을 의식했는지, 키캡과 유사한 질감이 코팅돼 있었다. 그렇다고 이질감이 없진 않았다. 키가 아닌 유리판을 터치한 느낌이었다.

문제는 ESC 키였다. 여타의 기능키는 터치로도 큰 문제가 없지만 ESC 키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터치바의 ESC UI 버튼의 주변부까지 ESC로 인식했다. 사소한 것까지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지만 ESC는 좀처럼 적응되지 않았다.

 

사파리 웹브라우저에서는 탭의 미리보기가 나타나고, 사진 앱에서는 터치바에 전체 사진이 미리보기로 보여줬다. 키보드, 트랙패드보다 확실히 더 빠르게 원하는 사진을 찾을 수 있었다. 영상편집 소프트웨어 ‘파이널 컷 프로’에서는 4K 영상의 타임라인을 실시간으로 탐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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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가량 써본 것만으로 터치바에 대해 결론짓는 다는 것은 언어도단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잠깐이나마 터치바를 써보면서 내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우려보다는 기대감이 더 커졌다. 쓰기 나름이지만 작업효율을 더 높여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키보드는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라고 스마트폰의 쿼티 키보드를 혹평한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터치바는 애플리케이션과 유기적으로 연동되며 다양한 기능을 수행했다. 단순히 기능키 역할을 넘어 자주 쓰는 기능을 모아둔 애플리케이션 상단의 ‘툴바’를 키보드로 옮겨놓은 듯 했다. 수많은 도구가 가득한 13인치라는 협소한 작업공간을 보다 넓게 활용하게 돕는 또 하나의 디스플레이가 터치바였다. 터치바를 쓰면서 화면의 끝단에서 끝으로 커서를 옮기는, 트랙패드로 다소 손이 가는 작업을 줄어들었다. 키보드와 트랙패드가 커버하지 못한 틈새를 터치바가 메워준 것이다.

 

터치바는 애플리케이션 지원이 늘어날수록, 터치바를 고려한 UI 새로운 환경이 나올수록 앞으로 더 유용해질 것이다. 고정된 키가 아닌 소프트 키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터치바가 기대되는, 의외로 쓸만할 수 있다는 내 결론의 근거다.

 

반갑다! 터치ID

터치바에 대해서는 기대반, 우려반이었다면 터치ID는 기대 이상이었다. 드디어 맥북에서도 잠금해제 시 암호를 입력할 필요가 없어졌다. 인식률은 역시나 흠잡을 때가 없었다. 1초도 채 되지 않아 인식이 됐다. 잠금해제 외에도 앱스토어 인증, 애플페이 결제도 이용 가능한데, 국내에서는 애플페이가 서비스되지 않는 관계로 이용할 수 없었다. 맥북으로까지 터치ID가 확대 도입되면서 웹사이트 로그인, 인터넷뱅킹 등 인증이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지문인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됐다. 터치ID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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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타입 C의 전면적 채택

한 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2016년형 맥북 프로를 촬영했었다. 촬영 후 결과물 확인을 위해 무심코 마이크로SD 슬롯을 찾았었다. 마이크로SD 슬롯이 없음을 자각한 것은 카메라에서 마이크로SD 카드를 꺼낸 뒤였다. USB 타입 A의 메모리카드 리더기 또한 연결할 수 없었다. 새 맥북 프로의 모든 외부 포트가 USB 타입 C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USB 타입 C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USB 타입 C의 전면적 채택에 대한 지적의 대부분은 이와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바꾸면 으레 액정보호필름과 케이스를 사듯 USB 타입 C의 젠더와 허브를 마련한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시대를 앞선 도입이란 지적도 있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면 변화는 있을 수 없다. 그 시작을 애플이 열었을 뿐이다.

 

이번 변화는 썬더볼트3부터 USB 타입 C를 채택한 영향이 컸다. PCI-E, 5K 디스플레이 포트, USB 3.1, 고속 충전까지 USB 타입 C 하나로 지원하기 때문에 많은 제조사가 도입에 나설 전망이다. USB 타입 C 포트의 썬더볼트3로 인해 이제 더 이상 포트나 인터페이스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디스플레이든, 오디오든, 메모리스틱이든, 외장 그래픽카드든 그저 USB 타입 C 포트에 연결하면 되기 때문이다. USB 타입 C 도입의 또 다른 이유는 맥북의 두께가 점점 더 얇아지면서 USB 타입 A의 두께가 문제가 되고 있어서다. 애플이 고집하는 알루미늄 소재는 여타의 합금과 달리 강도를 유지하면서 얇게 제작하는 데 한계가 있다. 타 제조사보다 USB 타입 A의 두께에 대해 더 고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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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GB라는 메모리 제약에 대해

한 시간 남짓의 사용시간으로 인해 16GB 메모리 제약과 썬더볼트3 이슈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16GB 메모리 제약에 대해 맥북 프로의 주 소비층을 외면한 처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가상화가 대중화되면서, 3D 그래픽이나 4K 영상 편집에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 맥북 프로는 왜 32GB를 지원하지 못한 것일까? 그 이유는 인텔의 6세대 프로세서 때문이었다.

 

6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중 U 시리즈는 Low Power DDR3와 DDR4를 지원한다. LPDDR3로는 최대 16GB를, DDR4로는 최대 32GB를 구현할 수 있다. 16GB라는 제약에도 LPDDR3를 선택한 것은 배터리 효율 때문이다. LPDDR3는 대략 30%나 소비전력이 낮을 뿐 아니라 딥 파워 다운(Deep power down) 모드를 지원해 대기상태의 소비전력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터치바로 인해 소비전력이 적든 많든 더 늘어났기 때문에  배터리가 10시간 가량 유지되기 위해서는 LPDDR3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메모리 집약적인 작업이라면 16GB 메모리가 충분치 않을 수도, 큰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 가상 메모리로 쓰이는 SSD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기 때문이다. 2016년형 맥북 프로의 스토리지 성능(100MB 기준)이 읽기 2700MB/s, 쓰기 1400MB/s다. 20MB 기준일 경우 쓰기 성능이 2700MB/s로 더 높아진다. 2015년형의 읽기, 쓰기가 각각 1200MB/s,  900MB/s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약 두 배나 향상된 것이다.

 

그런데 2013년형 13인치 맥북 프로의 DDR3 메모리 성능은 6828MB/s(노바벤치 기준)다. 새 맥북 프로의 SSD 성능이 2013년형 맥북 프로의 메모리 성능의 절반 정도인 것이다. 물론 이 수치는 데이터 순차전송에 불과하다. 랜섬 액세스 등 실제로 영향을 주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SSD 성능의 비약적 향상이 가상 메모리 성능을 가져올 것이란 점이다. 어저면 메모리 부족으로 인한 성능 저하가 우려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좌우 다른 썬더볼트3 속도, 왜 그런가

4개의 USB 타입 C 썬더볼트 중 좌측 2개만이 풀 대역폭인 40Gbps를 지원하는 것 또한 인텔 CPU 때문이다. 6세대 인텔 코어 i5 중 U 시리즈는 12개의 PCI-E 레인을 지원하는 데, 이것 만으로는 4개의 썬더볼트 포트에 40Gbps의 풀 대역폭을 제공할 수 없어서다. 그 때문에 좌측 2개는 40Gbps를, 나머지 우측 2개는 USB3.1을 충족하는 수준의 대역폭을 제공한다고 한다.

 

그래서 결론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 세간의 관심이 쏠린 탓인지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내가 쓰는 용도에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아쉬운 것은 가격과 ESC 키 이 두 가지였다. 2016년형 맥북 프로(터치바 탑재)의 가격은 229만 원부터다. 터치ID와 터치바, 그리고 한 단계 상위 CPU라는 점을 생각하면 40만 원 가격상승이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다. 그럼에도 전 세대의 가격과 비교돼서인지 비싸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ESC 키의 경우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타의 기능키는 쓰임이 많지 않지만, ESC 키는 그렇지 않다. 터치바와 한 몸 같지만 실제로는 분리된 터치ID 버튼처럼 ESC 키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는지 아쉽다.

 

그럼에도 구입할 것인지 묻는다면 내 답은 일단은 ‘그렇다’다. 단, 현재 쓰고 있는 맥북 프로가 수리불가로 사망한다면 그럴 생각이다. 결제 순간까지 가격과 ESC 키로 고민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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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

● 모델명 | 13형 맥북 프로 2016(터치바, 터치ID 탑재 모델)

● 특징 | 터치바, 터치ID

● 컬러 | 스페이스 그레이

● 디스플레이 | 13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

● 최대 해상도 | 2560 × 1600(227ppi)

● 밝기 | 500니트

● 프로세서 | 2.9GHz 듀얼코어 인텔 코어 i5(최대 3.3GHz)

● 저장장치 | 512GB PCIe SSD

● 메모리 | 8GB 1866MHz LPDDR3

● 그래픽 | 인텔 아이리스 그래픽스 550

● 확장포트 | USB 타입 C 썬더볼트3 4개, 3.5mm 헤드폰 잭

● 입력장치 | 64키 키보드, 포스터치 트랙패드

● 무선기술 | 802.11ac 와이파이, 블루투스 4.2

● 카메라 | 720p 페이스북 HD 카메라

● 기타 | 주변광 센서,  마이크 3개

● 사용시간 | 무선 인터넷 기준 최대 10시간

● 크기·무게 | 304.1 × 212.4 × 149mm, 1.37Kg

 

 

 

suhyeoni

suhyeon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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